띵동에서 ‘진짜’ 활동을 시작합니다. 

저를 응원해주세요!

2024년 1월부터 눈 뜨는 시간이 더 빨라졌습니다. 그리고 평소와 다른 출근길에 나서고 있습니다. 스케줄을 보며 오늘 방문하는 청소년 성소수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기도 하고, 센터를 둘러보며 퀴어 관련 자료를 살펴보거나 청소년 성소수자가 머무는 공간에 앉아보기도 하면서, 조금씩 띵동에 스며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잘 만나지 못했던 기부자와도 전화로 인사를 나누며 낮 시간대에 차한잔 마시자는 약속을 선뜻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런 제 모습이 마치 설렘과 두려움으로 띵동에 처음 방문하는 청소년 성소수자의 모습과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띵동을 설립한 지 9년, 하지만 아직 상근 활동을 한 적은 없습니다. 인권재단 사람에서 13년 일하며 띵동 활동을 병행했기 때문에, 대부분 개인 업무가 종료한 뒤에 띵동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낮보다 밤에 오는 띵동이 더 익숙했고, 주로 지속가능한 활동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저에게 주로 부여된 업무였습니다. 상임활동가들이 저의 상황을 이해해주고, 든든하게 뒷받침 해주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반면 저 스스로도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만나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마음이 몽글몽글 올라오기도 했고, 상담사례를 살펴보며 띵동이 다음 단계로 해야 할 역할이 계속 보이기도 했습니다. 재정 여건을 안정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2025년, 띵동 10년차를 맞는 시기를 앞두고 용기를 내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면 익숙했던 단체를 벗어나, ‘진짜’ 활동을 시작해보자 다짐을 했습니다.   

두렵기도 합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기에 그 길에 마주하게 될 어려움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주위 동료들을 믿고,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면서,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필요한 자원들을 계속 만들어가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마음이 아프면 마음 자원을 더 연결할 수 있도록 하고, 배움의 기회를 박탈당하면 학습 공간을 마련하거나 장학사업을 시도해보기도 하고,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띵동과 만나기 어려우면 띵동 지역센터를 상상해보는 그런 일들을 해보려 합니다.  

많이 부족하겠지만, 후원자님들이 든든하게 응원해주시면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를 응원해달라고 직접 이야기하려니 민망한 마음이 들지만, 용기내어 봅니다. 띵동에서 재밌고 의미있게 일하고 싶습니다. 후원자님과도 차 한잔하며 더 가깝게 이야기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하고 싶기도 합니다. 다만 활동가 1명이 충원됨에 따라 띵동에 재정적으로, 공간적으로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저를 비롯해 띵동이 가질 부담을 응원으로 조금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띵동이 망설임없이 앞에 나설 수 있게,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제 역할을 잘 해내도록 하겠습니다. 조급한 마음을 가지지 않으려 부단히 애쓰면서 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띵동에서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게 된,

정민석(정욜) 드림